마음 및 신체상태 기록

2020.09.16.수. 콘서타 복용 첫날

whalewhalefly 2020. 9. 17. 02:41

 

늦게 일어나 간장계란밥으로 아침을 먹고,

 

10시 복용. 

 

30분에서 1시간이면 효과가 온다고 해서 기다렸으나 11시 반까지 별다른 변화가 느껴지지 않음. 다른 후기를 보니 세상이 조용해진다던데... 오히려 나는 너무 졸렸다. 평소보다 더 멍하고 졸린 것 같았음. 단지 이게 먹지 않던 아침을 먹어서인지 약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약효만 기다리다간 공부 시작을 못할 것 같아서 아메리카노를 사왔다.

 

11시 30분 공부 시작.

여전히 너무 멍하고 졸렸다. 커피를 마시니 졸음은 가시는데 머리는 계속 꿈속에 붕 뜬 느낌. 변화가 일어났다는건 공부를 시작하고서야 알았다.

 

- 잡생각이 덜 들었다. 나는 평소 공부를 하다가 과거의 기억이 떠오름 -> 개중 화나는 기억이 떠올라 감정이 치밀어 오름 -> 머리로는 계속 그 생각을 하게 됨. 감정적으로 지침. 루트를 타는데,

- 이상할정도로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감정이 같이 둔해진 느낌. 잡생각이 들더라도 감정이 둔해지니 감정이 치솟아오르지 않고, 그냥 생각이 났다 다시 흘러갔다.

- 멍한데 집중이 잘되는 것이 공존 가능한 일일까? 그랬다. 정확히는 머리가 반짝반짝 빛나서 정보가 쏙쏙 들어오는게 아니라(오히려 이런 효과는 더 떨어지는 느낌- 느낌뿐일지도 모른다. 문제를 풀었더니 틀린 갯수는 비슷하거나 더 나아졌음), 그냥 딴생각이 차단되니 이것만 보게 되는 느낌이었다.

- 이전에는 공부하다가 화나는 생각이 떠오르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재활용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바로 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실제로 벌떡 일어나 버리고 오기도 했고. 이걸 방지하려고 할일이 생각나면 노트에 적자, 고 했는데, 이 노트를 사용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냥 그 생각이 나면 쓱~지나갔다.

- 무엇보다 1시간 반~2시간 공부하면 or 설거지 한번 하고 나면 지쳐서 쉬어야 했는데, 지치는 기분이 안든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설거지를 하고 바로 앉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세상에...

- 이전에는 집중을 위해 뇌의 90%를 사용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면, 이젠 뇌의 30%만 써도 집중이 가능한 느낌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뇌의 30%만 쓰고 있는데 내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게 맞나? 나중에 기억 하나도 안나면 어쩌지?

- 시계를 1시간 반동안 딱 두 번 봤다. 세상에...

 

1시경부터 아랫배가 화장실 가기 전처럼 아팠으나 아침에 먹은 유산균 때문인지 생리가 가까워져서인지 약때문인지 알수가 없었다.

 

2시 15분. 점심을 먹었다. 확실히 식욕이 떨어지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나는 약먹고 밥을 더 잘 먹었다. 예전에는 지쳐서 밥도 안먹었는데 이젠 지치지 않아 밥을 차릴 힘이 있기 때문이다. 세끼 다 먹다니 믿기질 않는다. 원래 밥이라고 할만한건 한끼, 많아야 두끼 먹는데.

 

운동을 했다. 30분. 재활용 쓰레기도 버리고 배달온 음식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했다.

 

- 확실히 알겠다. 뭔가를 할 때 '싫다' '너무 하기 싫은데 억지로 기운내서 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느낌이다. 이러니 뭔갈 시작하기 전 하기 싫어 꾸물거리며 눕거나 폰을 보지 않게 된다.

- 머리는 붕 뜬데 행동이 어떻게 더 차분하지..? 설거지를 하면 늘 바닥이며 주변에 물이 흥건해지곤 했는데 하나도... 없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물을 튀겨가며 설거지 했는지 알겠다.

 

저녁 먹고 씻고 온게 7시 50분. 이때부턴 확실히 약효가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9시 20분. 약효가 다한게 느껴졌다. 다시 습관적으로 흥미없는 사이트에 들락날락하는 것이 느껴졌다. 화나는 생각, 쪽팔렸던 기억도 다시 나기 시작한다. 

 

12시. 간신히 완료.

약효가 떨어지니 자야한다는 것도 미루게 된다... 꾸물거리다 두시간 반이 지난 이제야 잔다.

 

 

 

결론 : 효과가 있다. 확실히 있다...

 

효과

1. 충동성이 사라짐. 이게 가장 드라마틱하다. 예컨대 나는 돈까스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걸 먹어야겠다고 결심하면, 반드시 왕복 40분 거리에 있는 돈까스집에서 포장해와야 한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1시간 후에 스터디가 있는데도. 그리고 간다. 먹는다. 스터디 지각한다.

공부하다가도 뭘 해야지, 뭘 지금 당장 안하면 죽을것같아! 이런 감각이 사라졌다. 

반면 하기 싫은건 절대 잘 되지 않는다. 밥을 먹어야 하고 배가 고프다. 그런데 먹고 싶은게 없다. 그럼 적당히 아무데나 골라가는게 아니라 동네를 두바퀴 돌며 완벽히 마음에 드는 곳을 찾는다. 1시간 동안.

당장 냉장고에 먹지 않으면 썩는 반찬이 있다. 안먹는다. 반드시 먹고 싶은걸 먹어야 한다.

이런 충동성들이 사라졌다.

2. 뭔가를 시작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 예전엔 뭘 하든 누워있는것 외엔 너무, 너무, 너무 하기가 싫었다. 설거지를 하러 일어나는 일만 해도 엄청난 의지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그 의지력을 설거지하면서 써버렸기 떄문에 설거지 이후엔 공부하지 못하고 또 쉬어야 한다.

약먹으니 그냥 할 수 있다. 이게 이렇게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일이었나? 싫다, 는 감각 자체가 안든다.

3. 지치지 않는다. 여러 활동을 하고도 지치지 않고 바로 의자에 앉을 수 있다.

4.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을 옮길 때 항상 주변이 난리가 났는데,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5. 공부할 때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 두어시간 한다고 기진맥진해서 쓰러지지 않는다. 이게 두번째로 드라마틱한 효과. 망상도 생각해보니 안했다. 뛰지도 않았다. 헉, 그러고 보니 그렇네. 뛰질 않았다. 망상도 안했고. 그냥 걸으면서 뭘 사야할지, 뭘 사러 가는지, 집에 가면 뭘 먹을지 생각했다...

6. 얼른 자야지. 약효 떨어지니 자는걸 또 미룬다.

 

부작용

- 머리가 너무 멍하고 졸리다.

- 식욕부진 있다.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