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및 신체상태 기록

2020.09.15.화. 검진 처음 받은 날 (CAT)

whalewhalefly 2020. 9. 15. 21:56

몇 년만에 다시 정신과를 찾았다.

이전부터 나는 쭉 ADHD에 대한 의심이 있어왔다. 정확히는, 우울증 판정을 받은 날부터. 말하자면 우울해서 집중력이 약해지고,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일상의 기억들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 우울증 자체가 ADHD에서 촉발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즉 원래 집중력이 약하고,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일상의 기억을 못하는데 이게 챙겨줄 엄마가 없는 대학에 와서 나의 무능력을 깨닫고 우울증으로 발전한 것 같다는 이야기.

이런 연유로 당시 정신과 의사선생님께 ADHD 의심을 말씀드렸으나, 너무 단호하게 아니라고 검사할 필요도 없다고 하셔서 그만뒀었다. 시무룩.

 

그리고 우울증이 완치?까진 아니어도 약 없이도 잘 살아온지 3년이 지나, 더이상 우울하지도 않은데 대체 왜 이모양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과거와는 달리 열심히 검색을 통해 성인 ADHD 증상을 확인하고 난 후다.

 

책이나 논문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자료가 대부분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얻은 정보를 적어보자면

 

- 성인 ADHD는 성인이 되어 ADHD가 생긴 것이 아니다. 단지 어릴 때 발견되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 발견한 것 뿐.

- 고로 성인 ADHD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어릴때도 ADHD 증상이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 ADHD는 애초에 후천적 발병이 불가능하다. 태어날 때부터 뇌의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 고로 자신이 어릴 땐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문제가 생긴거라면, ADHD가 아닌 불안이나 우울증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 약도 완치를 목적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먹는 것. 즉, 약을 끊는 순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청소년에서는 약을 복용함으로써 뇌 발달을 통해 개선을 보는 사례가 있으나, 성인은 이미 뇌가 다 여문 상태기 때문에 완치는 불가능하다.

- 그러나 오늘 상당한 의사선생님은 약들이 치료가 아닌 증상완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맞으나, 최근 약을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성인이라도 개선되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 전문가들 역시 약을 먹는 것을 권고한다. 약이 뇌를 고쳐주진 못해도 생활습관 형성을 가능하게 하고, 한번 습관이 되면 생활을 이어나가기 훨씬 쉬워지기 때문.

 

 

이 정도.

 

 

일단 검사는 CAT를 했다. 내 결과는

 

- 평소의 행동으로 본 검사지로는 전형적인 ADHD. 그러나 CAT 검사 결과는 완전한 ADHD라고 하긴 어렵고, 정상과 ADHD 사이의 그 중간 정도다. 애초에 ADHD는 완전히 이분법적으로 기다/아니다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에 가까운데, 나는 중간쯤이라고 하심.

- 일단 우울이 정상인보다 조금 더 높게 나왔다. 그리고 불안은... 정상인의 거의 두배 가까이 나옴. 제발 우울과 불안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불안은 고시생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울이 좀 의외였다. 나 아직도 우울한가? 나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 정도의 우울과 불안은, 그냥 고시생들에겐 자연스레 달라붙는 정도일수도.

- 이 정도면 ADHD가 아니라 우울과 불안 증세가 먼저일수도 있다고. 즉, 우울과 불안 때문에 ADHD의 증세인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난 것일 수 있다는 것. 이걸 정확히 알아보려면 종합심리검사를 하거나, 약을 바꿔가며 복용해보면 되는데, 나는 종합심리검사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일단 천천히 약으로 먹어보겠다고 함.

- 콘서타 18 처방받음. 약이 무슨...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대신 짧은것과, 길게 나타나는 대신 느리게 올라가는 것이 있는데, 이건 후자라고 하셨다.  

- 수면패턴도 3-4시에 자서 늦게 일어나고 한번 잠들기까지 2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더니 관련 약 처방해주심.

- 일단 나는 어렸을 때 복도 뛰어다니는 버릇을 고등학교 때까지 못고치거나(지금도 가만히 못걸어다니고 걷다가 뛰다가 함), 수업시간에 거의 매일 졸거나, 반 아이들 이름을 한학기 지나서까지 못외우거나, 가만히 앉아있는게 힘들어서 영화도 인강도 못들었던거, 야자도 못한거, 계속 손발을 꼼지락거리는 것 때문에 빼박 ADHD로 나올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라서 좀 다행이었다...

- ADHD가 맞다면 바로 약으로 우울과 불안까지 좋아질거고, 우울과 불안이면 우울과 불안 약으로 바로 ADHD까지 좋아질거라고 하심. 아님 두개가 혼재되어 있을수도 있고...

- 내일 일어나서 콘서타를 먹어야 한다. 중고등학생들한테는 학교가기 전 아침 식후에 먹을 걸 권고하신다니, 무조건 7시 반에 일어나보기로 함...... 제발 나 일어나자!! 내일은!!! 내일만큼은!!! 약까지 받아왔는데 생활습관 때문에 약도 못고치면 정말 안돼.

 

 

딱 한가지 좋은점은 의사선생님께서 평생 다닌 어떤 병원의 선생님보다 친절하고.. 자세하고.. 다정한 설명을 해주셨다. 정말 안심되는 기분이었음. ㅁㄷㄷ에 후기 딱 1개밖에 없어서 걱정했는데 막상 가니 환자도 와글와글. 환자가 많은덴 이유가 있지... 내가 ㅁㄷㄷ에 후기 완전 좋게 남길거다.

 

피곤해. 엄청 피곤하다. 검사가 피곤하다기보단 정신적 피로가...

 

내일 전화해서 약이랑 커피 같이 마셔도 되냐고 물어봐야 한다. 술은? 이외 조심할 음식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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